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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12년

제주

by ribonko 2012. 2. 13.
ㅇ 여정 (1/29~2/1)
- 첫째날 : 함피디네 돌집 / 아일랜드 조르바
- 둘째날 : 한라산 (영실-어리목) / 사려니 숲길 / 함덕 해수욕장
- 셋째날 : 달빛봉봉 베란다 / 가시리마을 / 달리도서관 / 바람카페
- 넷째날 : 곶자왈 작은학교 / 제주 기적의 도서관 / 쫄깃센터 / 방주교회

ㅇ 음식  
- 현옥식당 (돼지 두루치기 1인분 6,000원)
- 한라산 회센터 (모듬회 31,000원)
- 서우봉 가든 (돼지 생고기 1인분 15,000원)
- 어랑식당  (고등어 조림 16,000원 중 사이즈) 
- 아루요 (7,000원~12,000원)  
- 옛날팥죽 (팥죽 6,500원~) 
- 하우스 레서피 당근케이크 (당근 머핀 3개 5,000원) 

ㅇ 첫째날 (1/29, 일요일)  
한라산 눈꽃과 제주 문화 이민자 탐방을 겸한 제주 여행.
영하 12도를 오가는 서울에 비하면 훨씬 따뜻하기는 하나 바람이 제법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들만 많이 알고 있어서, 가격대비 훌륭하다는 현옥식당 두루치기 집으로 결정. 
서귀포 용이식당에 비해 약간 달기는 하나, 김치가 들어간 용이식당에 비해 고기질과 양이 괜찮은 편.  
제주도에서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양이면 나쁘지 않은 듯.

다음은, PD로 활동하다 아내와 제주도로 내려와 구좌읍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함PD네 돌집으로.
마침 다른 손님들이 카페에 와 있어서 겸사겸사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얻어 들었다.  카페라고는 하나 테이블 두개에 의자가 있는 정도.  공정무역 티백 커피가 천원.  부담없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에 좋다.
기존에 있는 집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여 내부만 리모델링을 깔끔하게 했다. 
게스트하우스이기는 하지만,  지역 아동들을 위해 사진 프로젝트나 공연같은 문화 행사 등을 꾸준히 기획해 가고 있는 듯. 

 

다음은 대정에 있는 아일랜드 조르바.  
여전히 대정리 앞바다는 좋다.  조르바 앞 명물인 책상도 그대로..


카페 안에 새로 생긴 커피바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창밖 구경.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누군가 써놓은 글이라는데 예뻐서 그대로 두었단다.  


오랜만에 만난 셰프와 인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특별히 공개한 제주 맛집 리스트를 선사받고, 
제주민들이 애용한다는 한라산 회센터로.
값도 저렴하고, 처음 먹어본 고등어 회도 참 기름지고 고소하다.  
별로 한 일도 없는 듯 한데, 숙소에 들고보니 훌쩍 10시가 넘었다.  덕분에 현관 바로 옆에 있는 방으로 배정.
시끄럽고, 제주까지 와서 커텐도 열 수 없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일은 방을 바꿔야겠다.
 
ㅇ 둘째날 (1/30, 월) 
드디어 한라산 눈꽃.  
작년에 이틀내내 대기하다, 견인차만 부르고 못 올라간 쓰라린 경험 탓에, 아침 일찍 일어나 교통과 한라산 입산 상황부터 확인하고, 든든하게 배 채운 후, 출발. 
영실 입구에서 1주차장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2주차장까지 일반 차량은 출입 금지다.  
40분 도보로 올라가거나 만원을 내고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막상 택시를 타고보니 전날 친절한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택시 타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젠에 스틱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인 산행 시작.  눈이 정말 많다.  순탄한 길을 얼마 지나지 않아, 가파른 길 시작. 
눈이 없어도, 있어도 힘들었을 길. 


저 곳만 오르면, 오르막 길은 거의 끝이건만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드디어 오른 길.  눈쌓인 숲터널을 지나면, 


바로 만나게 되는 선작지왓. 
갑자기 탁 트이는 광경과 함께 눈앞에 보이는 백록담.  이 높은 곳에 어찌 이런 평원이 펼쳐질 수 있을까?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펼쳐진 선작지왓을 지나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 
다행인지 불행인지, 13시가 지나면 윗세오름에 오를 수 없단다.  휴우.
제법 센 바람을 맞으며,  걸은 탓인지, 올라온 거리와 시간에 비해 체력 소모가 꽤 크다. 
라면과 초코바로 간단히 끼니를 채운 후,  다시 출발.  



내내 설경에 감탄하며 내려오다, 못내 아쉬워 뒤돌아 본 길. 


옆에 세워둔 빨간 깃발과 사람들의 발자국만 아니면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거의 허리까지 쌓인 눈 위에, 누가 다녀왔을지, 궁금.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길은 거의 허리까지 쌓인 눈 덕에, 비료포대만 있다면 한 번에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있다.  예상대로 왕복 4시간 30분여가 걸려 산행 마무리.   
어리목에서 차가 주차되어 있는 영실까지 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3시 30분이 막차란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걸. 
어쩔 수 없이 15,000원에 택시를 타고 이동.  

차에서 몸을 조금 녹인 후, 사려니 숲길에 잠시 들렀다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에서...
쾌청한 한라산 날씨에, 아름다운 노을까지.  참으로 감사한 하루. 

 

ㅇ 셋째날 (1/31, 화) 

무릎보조대 덕인지, 다른 등산 때보다 다리가 덜 아프다.  왜 근데 허리는 더 아플까..?
오늘은 문화 탐방의 날.  달빛도서관 박범준 관장을 만나고, 가시리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때문에 잠시 열어두신 달빛봉봉베란다.  
얘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카페를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했으나, 카페 한 켠에는 책이, 한 켠에는 수제로 만든 쿠키류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주로 외지 방문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먹고 싶던 옛날팥죽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에 들른 곳은 표선에 인근에 위치한 가시리 마을. 
농림부의 신문화공간조성추진사업으로 문화센터 설립을 비롯해 레지던시 등의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 곳이다.
(https://member.pressian.com/article/article.asp?Section=04&article_num=10100716173323 )
한 번도 가본 적 없이, 이야기만 자주 들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둘러볼까 하고 갔던 것인데, 마침 문화센터에서 지금종 총장님을 만나 목축박물관, 유채꽃 축제터, 디자인 카페 등을 안내 받았다. 


가시리 디자인카페.


자세한 안내 덕에 예상보다 시간이 늘어졌다. 
서둘러, 달리 도서관으로.  문 닫는 시간 전에 도착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마침 손님이 오셔서 문을 닫으시려던 것을 잠시 부탁드려 들어가 보았다.  문화학교인 한라산학교를 달리도서관의 운영진이 하고 계셔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촉박한 시간 때문에 사진만 몇 장. 

원래 보습학원이었던 곳이어서 그런지, 여러개의 작은 방들에 책들과 테이블 등이 아기자기하게 잘 배치되어 있는 듯.




감사 인사와 함께, 다음은 저녁 먹으로, 제주도민이 주로 간다는 어랑식당으로.
보통의 유명 관광지 식당의 생선 조림이 3만원을 훌쩍 넘는데 반해, 이곳은 16,000원으로 많이 저렴하다.
생선 크기가 좀 작기는 하지만, 신선도도 맛도 좋다.  

저녁 식사 후 찾은 곳은 바람카페.   작년에 왔다가 문이 닫혀 있었던 곳이라 미리 확인하고 들렀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제주의 많은 문화 공간들이 운영시간과는 상관없이 닫혀 있는 경우가 종종있다.  
(아무래도 일반 장사 개념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탈피해서 개인이 주체가 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간 등에 별로 얽매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대부분의 분들이 제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주해 온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문화 이민자'들이 제주 곳곳에서 각자의 활동들을 하고 있는 듯 하고, 그런 이민자들을 찾아 육지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여행 패턴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맛있는 드립 커피와 함께, 카페지기 이담과 이야기를.

 

ㅇ 넷째날 (2/1, 수) 

벌써 마지막 날.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드는 생각은 모두 똑같다. 
오늘 아침은 조식이 없어서,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뒤늦게 찾은 곶자왈 작은 학교로 이동. 
예상은 했으나, 역시나, 아무도 없다. 

바로 옆에 있는 분교 학생들을 포함하여, 어린이들 대상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 한데,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와야 할 듯. 


다음은 제주 기적의 도서관.  
서귀포에 있는 곳은 몇 번 지나 다니면서 봤으나, 제주 시내에 있는 도서관은 안쪽에 있어서 있는 줄도 몰랐다. 
밖에서 보고, 예상했던 곳보다 공간 구성이며 눈높이에 맞춘 서가 등이 세심하게 짜여있다. 
이런 도서관이 동네 곳곳에 있다면, 학교 폭력이며 청소년 문제가 반 이상은 줄어 들겠다는 아쉬움이.. 


다음은 애월읍 유수암리에 있는 아루요라는 밥집과 카페 몇 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원래 일식도, 음식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 아루요는 정말 맛있어서, 메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뻔 했다.  

일본에서 직접 요리를 배워 오셨다는데, 정말 맛.있.다. 
(2시 30분부터 5시까지 준비시간이라 문을 열지 않으니 피해서 갈 것) 


유수암리를 한 바퀴 돈 후, 협재 근처에 있는 '하우스 레서피 /당근 케이크' 전문점으로.
전날 예상치 않은 사고로, 머핀만 구우셨다고.  최근에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근처에 분점을 내셨다는데, 그 곳에 계셔야 할 아저씨께서 잘 안 가시는 듯.  이날도 안 나가시고, 커피와 머핀 먹는 우리들과 내내 이야기를. 
회사 때문에 외국에서 오래 사시다, 귀국하셔서 청담동에 가게까지 운영하셨는데, 맛있는 당근을 찾아 제주까지 오시게 되었다고.   

동부와 달리 브로콜리 밭이 많다.  흐린날씨와 잘 어울리기도 해서 잠깐 내려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강우량이 풍부한 동부와 달리 서부는 화산토에 땅이 척박해서 무, 당근 농사가 쉽지 않다고.  

 
오랜만에 들른 협재 바다. 


협재 근처까지 간 김에, 유명 게스트하우스 중 한 곳인 쫄깃센터에 들렀다. 
너무 추워서 차에서 혼자 기다리는 바람에, 사진과 내용은 패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방주교회.  인근 타운하우스에 사시는 어떤 분이 근처에 교회가 없어서 개인돈으로 세우신 교회라는데, 유명건축가인 이타미 준이 지어서 건축 그 자체로 유명해진 교회다.
말 그대로, 물 위에 방주가 떠 있는 형태인데다, 제주 중산간에 위치해 있다보니, 실제 노아의 방주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와 유리로 된 건물이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오후 4시까지인 개방 시간을 놓친데다, 눈발까지 날리는, 제주에서는 드물게 영하까지 내려간 날씨라 대충 겉에서만 훑어보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너무 추운데다,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요기꺼리나 없나 해서 들어갔던 곳인데, 생각보다 훨씬 근사하다. 


한쪽에 클래식 커피 핸드밀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갤러리를 겸한 곳. 
꽤 오래되어 보이는 핸드밀부터, 대형 핸드밀까지 다양하다.


창 밖으로는 멀리 산방산과 바다가. 


근처에 그 유명한 포도 호텔이 있던데, 다음엔 낮에 와서 교회 안에도 들어가보고, 포도 호텔의 우동도 먹어봐야겠다. 

이번엔 느긋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면세점에서 사는 것 없이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거의 마지막에 탑승.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꺼리와, 볼꺼리를 한아름 안고 돌아온 제주 여행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그 뒤가 더 궁금해지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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