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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12년

여수 금오도 비렁길

by ribonko 2012. 2. 8.

ㅇ 코스
여수여객터미널 - (배편) 함구미 - 용두 - 두포 - 직포 - (택시) 우학선착장 - (배편) 여수여객터미널 

ㅇ 식사
점심 : 두포 쉼터 (끓인 라면 2, 막걸리 1 = 6,000원)
서대회 : 우학 할매횟집 (10,000원)
소호회관 : 굴구이 (25,000원~30,000원) 

작년부터 가보고 싶었던 금오도 비렁길을 드디어 걷다. 
금오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나, 어느 루트가 되었든 여수에서 편도로 약 1시간 4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관계상 아침 첫 비행기로 여수로 출발.
7시 20분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인데, 출발 9분전 도착.  이미 발권이 마감되었다며 다음 비행기로 바뀐 것을 다시 사정해서 겨우겨우 탑승.  국내선이건 국제선이건 왜 매번 공항에는 늦는 것일까.
어쨌거나 이른 아침 출발덕에 비행기에서 보게 된 멋진 아침 해.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여수 공항은 누군가 마중을 나와서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는 처음이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가 단돈 3,000원.  
이른 아침 시간에 이용자가 거의 없어 리무진이나 다름없다.  
30분 만에 여수여객터미널 근처에 내려 김밥 미리 9시 40분 행 금오도행 배표를 사고, 5일장이 열린 서시장을 잠시 구경.  할머니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들이어서 가격도 저렴하고 인심도 좋다.  기념삼아 말린 나물 몇가지 구입. 

* Tip : 금오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여수여객터미널과 돌산도 신기항 두 곳.  돌산도에서는 약 20분 밖에 걸리지 않고 비교적 배편도 많으나, 신기항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거의 1시간 간격이라,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여수여객터미널은 한림해운과 화신해운 두 회사가 각각 함구미와 여천항으로 입항하는데, 여천항으로 입항하게 되면 도보로 40분을 걷거나 15,000원 가량의 택시를 이용해야 하므로, 이왕이면 시간에 맞추어 함구미행 배를 탈 것.

여객터미널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드디어 배 탑승. 
단체 여행객들이 '음식물 반입금지' 안내에도 불구하고 회, 김밥, 술 등을 상자채로 들고와 한 판 벌이고 화투까지. 
술을 마셨으니 점점 커가는 목소리에, 주위에 완전 민폐이건만 전혀 아랑곳 않는다. 
이럴거면 우리도 회 떠올걸 하는 부럼움반, 불편함반인 마음으로 가는 동안 우리의 유일한 간식거리였던 조미된 해바라기씨와 함께 수다를..

요 중국산 해바라기씨 은근 맛있다. 


1시간 30여분 만에드디어 도착한 함구미항.
급하게 타느라 밥을 못 먹었건만 내리고보니 화장실과 작은 가게만 덩그러니.
그나마 화장실 한 칸은 아예 잠겨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냥 패스.
출발 지점에 새로지은 화장실이 있어 기쁜 마음에 달려갔건만 역시 잠겨있다.  아, 아, 아.
이래저래, 무조건 출발이다.
 


비렁길은 말 그대로 '벼랑 길'이란 뜻인데, 해안 절벽을 따라 난 길인만큼 초반에 절벽을 향해 오르는 길은 제법 숨이 차오른다.   



처음엔 내내 오르는 길만 나와서, 소문만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이내 나타나는 풍경을 보면 그러한 맘이 싹 가신다. 



첫 번째 쉼터, 미역널방.
여기서부터 제대로 된 비렁길과 경치가 시작된다.  
예전에 금오도에 살던 주민들이 미역을 지게로 이어다 말리던 곳이라는데,  참으로 고된 삶이었을 듯. 



다시 걸어,걸어  

 



드디어 신선대.

다른 곳과 달리 벼랑에 쳐놓은 안전바가 없다.  
덕분에 탁트인 느낌이 다른 쉼터보다 시원하고, 정말 하룻밤 앉아 있으면 신선이 될 것만 같은 곳이다. 


생각보다 날씨도 춥지않고, 볕도 따뜻해서 걷는 내내 좋았지만,
따로 간식꺼리를 챙겨오지 않은데다 화장실이 급한 마음에 서둘러 두포로.
마을에 거의 다다르니 할머니들이 바닷가에서 뭔가를 줍고 계신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화장실은 물이 나오지 않아 더럽고, 밥집들은 여행철이 아니라 대부분 문을 닫았다. 
급하게 밥을 해 주시겠다고는 하나, 우리 때문에 그렇게 부탁하기도 죄송하여 두포 초입에 있던 쉼터로 들어갔다.
마침, 개업한지 며칠 되지 않아 라면 종류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허나, 먹을 곳이라고는 이 곳밖에는 없어, 라면 두 개를 끓여달라고 부탁드리고 금오도 막걸리로 우선 입가심을.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다.  게다가 오리알을 넣어 끓여주신 라면에, 세 종류의 김치와 공기밥까지.
그러고도 고작 6천원.  역시, 여행때는 되도록 현지 가게와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이 최고다.  

바닷가에서 거둔 파래 양동이를 옮겨 드리고, 마당에 널어놓은 김 한장을 선물로 받고,
동네 집들이 마당에서 어우러진 사물놀이 한 판 구경하고, 주민들과 눈인사를 맞추고, 다시 기분좋게 출발.
지방 여행은 이런 사람 맛이 참 좋다.  
 
계속되는 눈 호강에, 드디어 굴등 전망대 도착.

  


드디어 비렁길 마지막 지점.


이제 우학선착장으로..
가야 하나, 두포에서 예상치 않게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마지막 뱃시간 (4시 30분)을 맞추기 어렵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선착장까지 택시로 이동.  택시와 만날 지점으로 이동하며 마지막 사진.


직포에서 우학까지는 3.5km 정도로 택시로는 금방이다.  요금은 6천원. 
다행히 뱃시간에는 무사히 닿았고, 따뜻한 좌식 바닥에 자리도 제대로 잡았다.
서대회 맛집이라는 '할매횟집'에서 회만 구입했으면 금상첨화였을것을.  마침 주말이라 횟감이 없단다.   
떠나는 배와는 달리 거의 모든 사람들이 취침하는 분위기.  약 1시간 40여분을 달려 드디어 여수여객터미널 도착.

대충 짐풀고,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인 굴구이 시작.   
굴은 커녕 굴 냄새도 싫어하지만, 여수 사람들의 추천대로 정말 정말 맛있다.  
냄새는 커녕, 고소한 뒷맛까지.  

아침 일찍 시작한 여정 탓인지, 하루가 무던히도 긴 느낌이다. 
좋은 사람들 오랜만에 함께 한 기분 좋은 여수 나들이.
이제, 언제쯤 다시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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