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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11년

경주

by ribonko 2012. 4. 13.


2011. 12. 19~20.


연말 묘미 중에 하나. 

예산 잔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떠난 워크숍. 


강원도로 갈까, 가까운 서해로 갈까 장소를 두고 고민한 끝에 떠난 경주. 

우리나라 수학 여행지는 묘하게도, 성인이 된 다음 다시는 가고 싶지 않게끔 하는 묘한 재주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설악산과 경주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가장 여러 번 찾아간 곳은 바로 두 곳. 

우연찮게 한참 뒤에 다시 가고는,  그시절 단체 여행에서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돌아보게 된 곳들이다. 


70년대 여자 네명 모두 비슷한 감정이었는지, 그 흔한 관광지 말고 다른 곳을 가보자는 생각으로 찾은 첫 번째 장소,

삼릉. 


배병우 작가가 찍은 소나무 사진 덕에 더 유명해 진 삼릉숲. 

오가며 보기만 하고, 안에 직접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인데, 사진 만큼이나 묘한 기운이 흐른다.

기묘하게 생긴 소나무 모양새도 그렇고, 빽빽하게 소나무로 가득찬 숲은, 바로 옆에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과는 매우 동떨어진 느낌. 




소나무 숲과 삼릉을 지나 처음으로 올라 본 남산.

경주를 여러 번 와봤지만, 남산은 왠지 다음, 다음으로 뒤로 미루어 두었다. 

이번엔 가벼운 등산 겸 가보자고 맘을 먹었으나, 나이 탓인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은 산의 높이를 떠나, 어딘가를 오른다는 그 자체가 몸을 힘들게 한다. 


삼릉을 지나, 약 30분을 오르다 보면 관음보살상-선각육존불-석조여래좌상을 만나게 된다. 

그 중 두 번째 만난, 선각 육존불.

 


석조여래좌상

남산을 오르며 만나게 되는 조각상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수고로움과 노력에 의해 보게되는 만큼, 어떤 모습의 조각상을 만나게 될지,

그 직전까지 많은 기대감과 상상력을 자아내게 된다. 

특히, 남산 곳곳에 자리한 조각상들은 조각상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남산과 하늘, 그리고 조각상의 시선이 놓이는 

배경을 포함하여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어루어지기 때문에, 감동이나 스케일이 박물관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가까이 또는 조금 멀리, 또는 아예 조각상의 시선을 따라 산 아래를 보고 있자니, 

남산이라는 커다란 캔버스에 누군가 적절히 조각과 돌, 하늘을 적절히 배치해 놓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양동마을

어째 양동마을은 매번 해질녘에 찾게되는 것일까?

이번에도 어둑해질 즈음에 도착해서 산책을 하다보니, 금방 해가 뉘엇뉘엇.  

다음엔 대낮에, 시간 두고 여유있게 돌아봐야겠다. 





석굴암에서 본 감포


나중에 간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다리가 아파 쉬던 중에 보게 된 영상물에 석굴암의 구조와 건축 원리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석굴암에서는 본존불을 비롯하여 조각상에만 집중하다 보니, 석굴암 그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영상을 보다보니, 석굴암의 핵심은 그 건축기술에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역시나, 아는 만큼 보인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사진에서만 보고 처음 찾아가 본 골굴사. 

어느 정도 경사가 있겠거니 하고 오르다보니, 어이쿠나 이건 장난이 아니다. 

멈칫하는 순간 무섭겠다 싶어, 앞만 보고 오르다보니 일행이 없어졌다.  

결국 일행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포기.  나는 내려오다 다리 찢어지는 줄 알았다. 

안전한 신발과 적당한 다리길이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또는 이 모든걸 덮어줄 신심이 아니라면 쉬이 오르지 말 것. 


왜 이 감포 앞바다는 매번 황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까?  


아! 감은사. 

어느 계절에 찾아도, 우직하고 잘생긴 탑.  멀리서 그 모습이 보일 때부터, 배시시 웃게 만드는 기분 좋은 탑이다. 

지금 이 감은사 근처에는 방폐장 건설이 한참이다.  

우리 인간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알고 있으려나?